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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모토라드가 정의한 슈퍼스포츠, HP4

A-tact 2013. 1. 8. 14:25

BMW는 친절하다. 자동차건, 모터사이클이건 모두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운전자의 실수는 첨단 전자제어 시스템이 커버한다.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이동수단이라는 BMW만의 이미지는 모터사이클 영역에서 더욱 극대화 된다.

 

▲ BMW HP4

하지만, 위의 명제는 모든 BMW의 모터사이클에 공통되는 사항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고성능 라인업도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HP 시리즈이다. BMW 자동차 라인업의 M시리즈처럼 화려한 옵션과 고성능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BMW의 스페셜리스트, HP 시리즈

 

▲ BMW 모터라드 최초의 HP 시리즈, HP2 ENDURO

2005년 BMW는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을 장착한 HP2 Enduro(엔듀로)를 발표하며, 새로운 라인업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HP2 엔듀로는 BMW만의 서스펜션 시스템인 '텔레레버'를 배제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전통적인 텔레스코픽 방식의 서스펜션을 장착하며,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의 주행성능을 끌어 올리는 데 주력했다.

 

▲ 텔레스코픽 서스펜션을 적용해 직관적이면서 경쾌한 운동성을 보여준 HP2 ENDURO

HP2 엔듀로의 최고출력은 105마력, 차체 무게는 175kg에 불과했다. 98마력에 200kg의 무게를 지닌 R1200GS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성능도 압도적이다. 독일의 BMW 전문 튜닝업체인 HPN과 합작한 HP2 엔듀로는 시속 100km를 4.2초에 달렸고, 본격적인 엔듀로 레이스에도 투입됐다. 

 

▲ 2007년에 출시된 HP2 MEGAMOTO

▲ 운동성을 극대화시킨 HP2 SPORT

이후 HP2 메가모토(Megamoto, 2007~2010)를 비롯해 HP2 스포츠(Sport, 2008~2011)가 연이어 출시되었다. 일명 박서 엔진의 향연이었다.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은 장르를 넘나들며, 압도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한 마디로 HP시리즈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약속한 장르다.     

HP의 이름으로 탄생한 직렬 4기통 슈퍼스포츠

 

하이 퍼포먼스(High Perfomance)의 약자인 'HP'는 자동차로 치면 BMW의 M, 아우디의 RS, 벤츠의 AMG에 준하는 이름이다. 최근에 발표된 HP4는 BMW의 슈퍼스포츠인 S1000RR을 베이스로 제작됐다

 

 

▲ HP4의 외형과 엔진은 S1000RR을 베이스로 제작됐다

때문에 HP4의 엔진은 S1000RR의 디자인과 직렬 4기통 엔진을 공유한다. 최고출력도 193마력으로 동일하다. 새로운 스타일과 상징성을 고려하면 HP시리즈로서는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능주의자 루이스 설리반의 말처럼 HP4의 진가는 정지상태보다 주행 중에 실감할 수 있다. 즉 레이스 트랙과 같은 다이내믹한 도로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HP4는 겉치레보다는 목적을 꿰뚫은 합리적인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S1000RR의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최고출력 193마력, 건조중량은 무려 169kg으로 철저히 경량화를 추구했다

그만큼 순수하게 달리기 성능만을 추구했다. 기존의 HP 라인업처럼 HP4 역시 동승자를 위한 시트와 탠덤 스텝은 배제되었다. 모든 구성은 슈퍼스포츠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경량화에 초점을 맞췄다. 건조중량 역시 169kg으로, S1000RR 보다 9kg이나 가볍다.

 

▲ HP4 전용으로 설계된 아크라포빅 티타늄 배기시스템

무게감소 요인으로는 경량 스프로킷 캐리어를 비롯해 S1000RR 보다 부피가 작고 가벼운 배터리, 알루미늄 단조 휠, 티타늄 소재의 배기시스템 등이 있다. 무엇보다 7가닥의 스포크로 구성된 알루미늄 단조 휠은 S1000RR에 비해 -2.4kg, 아크라포빅의 티타늄 배기시스템은 무려 -4.5kg이나 무게를 줄여 경량화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동일한 출력의 차체가 9kg 가볍다는 것은,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쉴새 없이 좌우로 기울어지는 서킷에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HP4의 엔진 세팅은 S1000RR보다 중속 회전영역에서 높은 토크를 발휘하도록 변경됐다. 그 결과 각 기어 포지션에 따른 토크 레인지의 폭이 넓어졌고, 기어 시프트가 한결 여유로워 졌다.

 

▲ 탑브릿지 상단에 새겨진 HP4 로고와 생산넘버는 HP 라인업의 특별함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HP4만의 특별한 가치는 작은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탑브릿지 상단에 각인된 HP4 로고와 일련번호로 HP 라인업의 특별함을 더했다. 여기에 전체컬러는 깔끔한 화이트에 메탈릭 블루를 조합해, HP 라인업의 전통을 계승한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다

 

HP4는 HP 라인업 최초의 직렬 4기통 엔진을 장착한 모터사이클답게, 보다 정교한 컨트롤을 필요로 한다. 레이스 트랙에서 우월한 퍼포먼스는 단지 높은 출력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 더욱이 가벼운 무게는 극한의 영역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자유롭게 라인을 설정해 코너에 진입해도, 미세한 스로틀 조작에 따라 앞뒤 서스펜션에 전달되는 하중의 밸런스가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HP4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S1000RR 역시 이점에 주의해, DTC(Dynamic Traction control)가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출력은 동일하고 한결 가벼워진 HP4에게 DTC같은 전자제어 시스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우선순위는 리어 타이어에 그립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앞뒤 서스펜션에 전달되는 하중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먼저였던 것이다.  

 

 

▲ HP4는 세계최초로 프런트 포크와 리어 서스펜션의 압축, 리바운드, 감쇠력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다이내믹 댐핑 콘트롤 장착했다

그래서 BMW는 다이내믹 댐핑 콘트롤(Dynamic Damping Control, 이하 DDC)을 개발, 세계최초로 HP4에 적용했다. 이미 BMW는 직접적인 조작으로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ESA II라는 전자 시스템이 있지만, DDC는 라이더의 체중과 주행상황에 따라 전후 서스펜션의 압축과 리바운드 타이밍, 그리고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는 보다 진보적인 시스템이다. 즉, 라이더의 주행 스타일에 맞춰 서스펜션의 세팅이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 DDC의 콘트롤 유닛에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ABS및 DTC 센서박서

특히 HP4의 DDC는 DDC 콘트롤 유닛으로 DTC 센서박스, 엔진 컨트롤 유닛, 디스크 로터에 부착된 ABS 센서링 및 중앙 처리 시스템 등의 정보를 수집해 서스펜션 스프링의 장력을 조절한다. 

 

▲ 인스트루먼트 액정패널에 DDC 작동여부가 표시된다

▲ 왼쪽 그립부에 위치한 스위치로 라이더의 취향에 따라 DDC 레벨을 조절할 수 있다

이로 인해 HP4는 미세한 스로틀 조작과 차체의 기울기, 브레이킹 시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데이터에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DDC는 감속과 가속에 비례해 작동하며, 도로 표면의 고저차도 체크되어 노면 추종성이 변경된다. 또한 주행모드에 따라 DDC의 작동범위도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라이더의 필요에 따라 버튼으로 댐핑 레벨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능은 슈퍼스포츠 장르로서 또는 두 바퀴라는 태생적 한계로서 부딪칠 수 있는 HP4의위험 요소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더욱이 레이스가 열리는 트랙이라면,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될 것이다.

 

또한 HP4는 레이스 ABS를 장착해 또 다른 진화를 이뤘다. HP4에 적용된 레이스 ABS는 독일 국제 모터사이클 대회인 IDM(Internationale Deutsche Motorrad)의 슈퍼바이크 클래스에 S1000RR로 참전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레인(Rain), 스포츠(Sport), 레이스(Race), 슬릭(Slick)으로 주행모드에 따라 ABS의 범위가 각기 다르게 설정되었다.

 

 

▲ HP4의 레이스 ABS는 슬릭 모드에서 라이더가 직접 타이어의 한계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덕분에 보다 안정적인 제동을 제공하며, 동시에 차체의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특히 레이스 ABS는 슬릭 모드에서 리어 브레이크의 ABS 기능을 억제해, 라이더가 직접 타이어 그립 한계까지 제어할 수 있다.  

 

▲ 브램보의 최상위 라인업인 래디얼 모노블럭 캘리퍼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기본으로 장착된 브렘보의 래디얼 모노블럭 브레이크 캘리퍼와 전용 브레이크 패드는 일종의 보너스다. 이로 인해 HP4는 주행 시작과 마지막까지 일관된 제동 컨디션을 제공하며, 서킷 주행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우수한 브레이킹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리어에 적용된 200/55 ZR 17 사이즈의 타이어는 중속 영역의 토크를 강조한 HP4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SAFETY, 완벽의 또 다른 표현

슈퍼스포츠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BMW 모토라드는 HP 라인업 최초의 직렬 4기통 슈퍼스포츠인 HP4로 답했다. 최고의 파츠, 최고의 성능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스페셜 모델은 단순히 빠른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 BMW 모터라드가 추구하는 목표는 SAFETY 360°, 즉 전방위적인 안전을 의미한다

랩타임을 단축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모터사이클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승리하기 위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취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슈퍼스포츠를 통해 제조사들이 이루고 싶은 것은 결국 '진화'다. 진화는 두 바퀴로 지탱하는 모터사이클의 태생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의미한다.

 

즉 슈퍼스포츠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불안한 확률을 줄이는 방법의 결정체다. 다시 말해 안전을 최고로 끌어올린 첨단기술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HP4는 안전의 완곡한 표현이다. 이것이 BMW 모토라드가 완성한 슈퍼스포츠의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