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패션까지 불고 있는 복고열풍은 사람들로 하여금 추억을 소비케 한다. ‘레트로’와 ‘클래식’은 과거의 유산이자 언제나 가장 ‘핫’한 키워드이며, 한때를 풍미했던 스타일은 시간의 흐름 속에 반복과 재해석을 거쳐 최신 유행이 된다
실물로 처음 대하는 세븐티-투의 인상은 실물이 더 예쁘고 의외로 콤팩트하다. 날씬한 폭 때문인지 더욱 작게 느껴진다. 포티-에잇에 이어 채택 된 아담한 피넛 연료탱크는 7.9리터의 작은 용량이지만 그에 대한 불만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대량생산 모델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만큼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많이 느껴지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빛이 부서지듯 화려하게 반짝이는 메탈플레이크 컬러, 그리고 그에 질세라 번쩍이는 크롬 파츠들의 조화는 화려함의 극치다.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배색이지만 높은 수준의 마감과 고급스러운 재질로 커버해내고 있다.
높게 시작된 프론트 라인은 뒤쪽으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낮게 깔린다. 스타일의 키포인트가 되는 세미 에이프행어 타입의 핸들과 21인치의 프론트 스포크 휠 역시 크롬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타이어 사이드월에 둘러진 흰색 테두리는 스타일을 마무리하는 화룡정점이 된다.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꽤나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선사하는 것 같다. 마주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참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포지션 역시 콤팩트하면서 지극히 표준적인 느낌으로 과장되고 어색한 자세가 아닌 너무도 기본에 충실한 자연스러운 자세를 연출한다. 낮은 시트높이에 스텝과 그립은 슬쩍만 뻗어도 닿는 곳에 있어 신장의 크고 작음으로 인한 제약이 없다. 오히려 너무 정직한 포지션이라 슬쩍 마초스럽고 불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고 싶었던 이들에겐 아쉬운 점일지도 모르겠다.
시동을 걸면 1200cc의 트윈 엔진이 활기차게 돌아간다. 프레임 사이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엔진은 기통 당 600cc가 연이어 터지며 강력한 떨림을 만들어내지만, 대부분의 거친 진동은 프레임과 연결되는 러버 마운트를 거치며 부드럽게 걸러진다. 배기음은 명확히 리듬감을 전달하지만 순정 상태답게 정숙하고 부드럽다. 덕분에 귀를 기울이면 엔진 속 부품들이 회전하고 밸브가 움직이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 헤드라이트에는 하향 55와트 상향60와트의 할로겐램프가 장착되어있다
▲ 간결한 디자인의 계기반이지만 의외로 많은 정보를 표시해준다. 속도계가 220km/h까지 마킹되어 있는 것은 결코 허세가 아니다
충실한 기본기
세븐티-투는 흔히 ‘만세 핸들’이라고 부르는, 마치 원숭이가 나무에 매달린 것 같다는 뜻으로 에이프행어 타입이라고도 하는 높직한 핸들 바가 순정으로 장착되어 있다. 핸들을 잡고 바이크를 세우면 의외의 가벼움에 놀라게 된다. 건조중량만 255kg가 넘는 만만치 않은 무게지만 낮게 깔린 무게중심과 핸들 바가 높아진 만큼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주행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낮은 무게중심은 주행을 안정시켜주며 핸들링 역시 안정적이며 세밀하게 다룰 수 있다. 기존의 포티-에잇이 약간은 언더스티어 경향을 띄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에 비해, 세븐티-투는 정직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핸들링으로 다루기가 무척 쉽고 적응이 빨라 몸에 금세 익숙해진다.
▲ 화려하게 번쩍이는 1200cc 에볼루션 엔진에 둥근 에어클리너 박스가 고전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파워트레인박스는 크롬과의 조합을 고려해 회색의 파우더코트 처리가 되어있다
계절적인 이유로 본격적인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진 못했지만 이정도 기본기라면 달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잘 잡힌 밸런스로 주행시간이 길어져도 피로도가 낮다. 다만 짧은 스트로크의 로우타입 서스펜션을 채택한 만큼 노면의 큰 충격은 고스란히 엉덩이로 전달된다. 그래도 장거리 주행에도 몸이 지치는 것 보단 바이크 연료가 먼저 떨어질 것이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장착된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는 후륜 쪽에 제동력의 의존도가 높은 설정이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있어 리어 타이어의 그립이 좋고 21인치의 가는 전륜에 강력한 더블 디스크를 장착해봤자 제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포스터 패밀리인 만큼 몸놀림이 결코 둔하지 않다. 1200cc의 에볼루션 엔진은 순정 상태로도 시속 200km 언저리까지 가속할 수 있는 넉넉한 파워를 내준다. 하지만 바람을 안고 달리는 포지션과 브레이크까지 고려한다면 역시 느긋하게 다니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 미끈한 디자인에 짧게 툭 잘려있는 리어펜더는 하드캔디커스텀 로고만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브레이크 램프는 방향지시등에 일체형으로 숨어들었다
▲ 헤드램프의 상하양등 스위치와 혼 스위치, 그리고 아래에는 방향지시등 좌측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좌우를 동시에 누르면 비상등이 작동하며 방향지시등은 자동으로 꺼진다
▲ 킬스위치와 시동버튼은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함께 작동할 수 있으며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끄는 버튼이 하단에 자리잡고 있다. 그립은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교체되어있다
강추위를 이긴 매력
한겨울의 주행은 한낮의 따스한 햇살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영하의 기온 속, 살을 에는 냉기가 달리는 내내 괴롭혔고,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과 습기로 얼어붙은 노면에 탓에 페이스도 평소에 비해 낮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늘 진 곳에서 스로틀을 조금만 과격하게 비틀면 여지없이 뒷바퀴가 앞바퀴를 추월할 기세로 미끄러진다. 이렇듯 주변 상황만 보면 결코 즐거울 리 없지만 달리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무척 즐거웠다.
잠깐만 타볼까 했다가 어느새 추위까지 잊고 한참동안이나 신나게 달리는 모습이 스스로 신기 할 정도니까. 이상하리만큼 할리데이비슨의 바이크들은, 그 중에서도 유독 ‘스포스터’ 패밀리는 타면 탈수록 재밌다. 그리고 그리 완벽한 바이크는 아닐지라도 굳이 단점으로 꼽을만한 것이 없다. 그래도 굳이 세븐티-투만의 단점 한 가지를 꼭 집어 보라면 ‘작은 크기의 연료통 때문에 주유소에서 “만땅!”을 외치고 1만원도 채 안 들어갈 때 조금 부끄러울 수 있다는 점’ 정도랄까?(웃음)
스타일은 마음에 들지만 메탈플레이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블루, 옐로우, 무광블랙 등의 솔리드컬러의 모델도 함께 출시하였다. 가격이 72라는 이름에 걸맞게 1,972만원인 점도 재밌다. 당연히 2013년 하드캔디커스텀 XL1200X 포티-에잇은 1948만원이다.
HARLEY-DAVIDSON
XL1200V Seventy-Two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OHV 2밸브
보어×스트로크 88.9×96.8(mm)
배기량 1200cc
압축비 9.7 : 1
최고 출력 미발표
최대 토크 73ft. lbs./3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 방식 전자식 퓨얼 인젝션
연료탱크용량 7.9ℓ
변속기 5단 리턴
클러치 습식다판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R) 스윙암 더블쇽
타이어 사이즈 (F)DMH90-21 (R)150/80B16
브레이크 (F)Ø292.1mm 싱글 디스크 (R)Ø260mm 싱글 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75×--×--(mm)
휠베이스 1525mm
시트높이 710mm
건조중량 255kg
판매 가격 1972만원(하드캔디커스텀 기준, 일반컬러 1922만원)
'자동차,모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라렌 신형 슈퍼카 P1 양산형 프로토타입 주행영상 공개 (0) | 2013.01.27 |
---|---|
극강 밸런스! 아우디 S8 시승기 (0) | 2013.01.26 |
람보르기니 LP550-2 시승기 (0) | 2013.01.20 |
람보르기니, 2012년 실적 및 2013년 계획 발표 (0) | 2013.01.19 |
디트로이트모터쇼, 이 차를 주목하라 TOP10 (0) | 2013.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