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5월 23일, 르망24시 내구레이스의 스타팅 그리드에 2대의 반짝이는 알루미늄 보디를 가진 포르쉐 356/2 레이스카가 등장했다. 46마력 4실린더 공랭식 복서엔진을 탑재한 640kg의 경량 스포츠카는 1100cc 클래스의 우승을 차지하는데, 이는 포르쉐의 첫 르망24시 우승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국제대회에서 차지한 첫 승리였다.
▼ 포르쉐 356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356/2 레이스카.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휠 커버를 씌웠다.
포르쉐는 르망24시 내구레이스의 첫 승리를 차지한 이후 무려 16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98년 911 GT1 레이스카로 참가하여 우승한 후 더 이상 워크스 팀 형태로는 르망24시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포르쉐가 빠진 98년 이후 르망 24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레이싱카의 등장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올해는 아우디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레이스카가 각축전을 벌였다. 델타 윙 프로토타입 콘셉트카를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레이스카가 등장하여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 포르쉐는 98년 GT1 클래스에서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르망24시를 잠시 떠났다.
그러나 르망24시를 떠난 포르쉐가 레이스 테크놀로지 개발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GT를 비롯한 여러 레이스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었고, 2008년에는 르망 LMP2 클래스의 RS 스파이더 레이스카를 공개하였는데 아메리카 르망시리즈에서 데뷔하자마자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과 본선 모두 1위로 폴투윈(예선 1위로 스타팅 그리드의 가장 앞에서 출발하여, 한 번도 추월당하지 않고 1위를 유지하며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의미)의 완벽한 종합우승을 차지했는데, LMP2 클래스만의 우승이 아니라 상위 클래스인 LMP1을 포함한 전체 우승을 차지함으로서 RS 스파이더는 포르쉐 레이스 테크놀로지가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 2008년 아메리카 르망시리즈에 출전한 RS 스파이더.
LMS2 클래스로 출전하였으나, 상위 클래스를 포함한 전체 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
포르쉐는 최근의 대세라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기술의 개발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2011년에는 플라이휠 방식의 운동에너지 복구 시스템과 2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한 918 RSR 하이브리드 레이스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 918 RSR 하이브리드 레이스카.
각종 실험적인 기술을 적용하여 '달리는 실험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운전석 옆에 탑재된 것이 운동에너지 복구 시스템이다. F1의 KERS와 유사한 것으로,
제동시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플라이휠의 운동에너지로 저장해 두었다가 가속 시 보조 동력으로 사용한다.
르망24시의 전설, 917
포르쉐는 1962년까지 F1에서 활약해 왔지만, F1보다 GT 레이스가 회사의 이미지와 더 어울린다는 판단에 F1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1964년 모델 904를 개발하여 레이스에 투입한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를 위시한 독일 스포츠카들은 전통적으로 알루미늄 금속 표면을 그대로 드러낸 은색 컬러를 사용해 왔지만, 904는 보디를 금속이 아닌 유리섬유로 만들어 흰 색으로 도색했으며, 사다리꼴 섀시를 최초로 도입했다. 904는 1964년 데뷔하여 르망24시 내구레이스, 뉘르베르크링 레이스, 몬테카를로 랠리를 포함한 여러 경기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 포르쉐 904 레이스카.
가벼운 유리섬유로 차체를 만들었으며,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했다.
1966년에는 904의 후속 모델인 906이 발표된다. 906은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로 후에 폭스바겐의 CEO가 되는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이끄는 포르쉐 R&D 팀에 의해 개발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풍동실험을 거쳤고, 904 대비 100kg의 경량화에 성공한다. 906은 후에 등장하는 포르쉐 레이스카 디자인의 원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엔진은 220마력의 901/20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시속 280km를 냈고, 1966년의 르망24시에서 전 해의 우승자이자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페라리 P 레이스카를 꺾고 4, 5, 6, 7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포드 GT40 3대에게 승리를 내주어야만 했다.
▼ 포르쉐 906 레이스카.
906이라는 이름이 푸조의 자동차 이름과 비슷해 나중에 이름을 '카레라6'으로 바꾼다.
▼포르쉐 907 레이스카.
데이토나 24시간 내구레이스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르망24시에서 규정위반으로 실격당했다.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포드와 페라리의 레이스카에게 고전하여,
결국 포르쉐는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레이스카의 개발을 서두르게 된다.
포르쉐는 르망24시에서의 승리를 위해 보다 강력한 레이스카의 개발을 시작한다. 그 결과 1967년 르망24시에서 907이 데뷔하는데, 2리터 6기통 엔진을 탑재하여 최고속력이 302km/h에 달했다. 그러나 포드와 페라리는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압도적인 힘을 가진 레이스카를 투입하였고, 결국 포르쉐 907은 5위로 결승점을 통과한다. 그 결과 포르쉐는 보다 강력한 5리터 엔진을 탑재한 레이스카의 개발을 결정하게 된다. 바로 917이다.
▼ 917은 포르쉐의 첫 르망24시 종합우승을 차지한 모델이다.
공랭식 5리터 12기통 복서엔진을 탑재했다.
좌우에 6기통 엔진 2대를 배치하여 중앙으로 동력을 모으는 독특한 방식으로, 580마력의 출력을 냈다.
917은 콤팩트한 보디에 5리터 12기통의 대형 엔진이 탑재된 강력한 레이스카로, 지나치게 강한 파워로 인해 무척 컨트롤이 어려운 레이스카였다. 1969년의 르망24시에서는 사고로 리타이어 했지만, 1970년의 르망24시에서 917K 숏테일 모델과 917LH 롱테일 모델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다. 여기에 908이 3위, 914-6GT가 6위, 911S가 7위로 골인하며 포르쉐는 첫 종합우승을 차지한다. 1970년은 포르쉐가 르망24시에 처음으로 도전한 이후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 포르쉐의 르망24시 종합 우승을 알리는 포스터.
숙적이었던 페라리 팀을 누르고 1, 2, 3위를 모두 차지했다.
1971년에는 후미에 핀을 달아 디자인을 개선한 917K 모델이 르망24시에서 1, 2위를 차지한다. 이때의 기록은 무려 24시간동안 5335.313km를 달려 평균시속 222km를 기록했다. 2010년 아우디 R15 TDI가 이 기록을 깨지만, 르망에서 917LH가 세운 순간시속 394km라는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이때의 포르쉐 917에는 600마력의 공랭식 4.9리터 12기통 엔진이 탑재되었고, 차체 무게는 불과 800kg에 불과했다.
▼ 1971년에는 917 숏테일 레이스카의 보디에 테일핀을 달아 공기역학적 성능을 개선했다.
917은 1970, 71년 2년 연속으로 르망24 우승을 차지한다.
배기량의 제한으로 인해 72년 르망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의 레이스에서 수많은 활약을 하게 된다.
917은 레이스에 따라 다양한 엔진이 탑재와 튜닝이 이루어졌다. 1580마력의 트윈터보엔진을 탑재한 917/30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스포츠카 중 하나로 평가받는데, 0-100km/h 1.9초, 0-320km/h 10.9초의 엄청난 순발력을 자랑하며 최고속도는 420km/h를 넘는다. 그러나 1973년 이후 레이스에 까다로운 연비 규정들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917은 레이스에서 은퇴하게 된다.
전설의 부활, 911 GT1
917은 은퇴했지만 포르쉐의 승리가도는 계속되었다. 1976년과 77년에는 터보엔진을 탑재한 936이 2년 연속으로 르망24시 종합우승을 달성했고, 1982년에는 새롭게 만들어진 카테고리인 그룹C에 956이 첫 출전했다. 956은 예선에서부터 독보적인 존재를 과시하며 스타팅 그리드의 순위번호 1, 2, 3번을 붙이고 출전하여 세 대가 나란히 골인하며 승리를 독식했다.
▼ 1976 르망24시에 참가한 936.
포르쉐 레이스카 중 터보차저를 탑재하고 르망24시에서의 첫 승리를 거두었다.
▼ 1977년 르망24시에 출전한 936.
공랭식 바이터보 3리터 6기통 복서 엔진을 탑재, 540마력의 출력을 냈다.
▼ 1982년, 규정이 바뀐 르망24시 그룹C 레이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956.
차체 하부의 플레이트와 지면 사이에 진공을 발생시켜 놀라운 스피드로 코너링이 가능했다.
엔진은 공/수랭식 바이터보 6기통 복서 엔진을 탑재했다.
포르쉐의 승리가 계속되자 르망24시에서 점차 경쟁자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르망24시의 대중적인 인기는 점차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포르쉐의 독주를 막기 위해 각종 제약이 가해지고 규정이 계속 변경되었다. 포르쉐는 1987년 이후 르망24시의 워크스팀 참가를 중단했다.
그러나 포르쉐는 1995년 돌연 르망 24시 복귀를 선언하고, 96년부터 911 GT1을 투입하여 Joest-TWR-Porsche 팀으로 르망24시에 참가한다. 갑작스러운 복귀와 짧은 개발 시간으로 인해 911 GT1에는 911의 양산형 모델인 993의 섀시가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체는 낮고 길어졌고, 후방에는 거대한 스포일러가 장착되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보디 패널은 케블라 소재를 사용하여 만들었으며, 차체 후방에는 스페이스 프레임이 적용되었다.
▼ 911 GT1 (1996)
양산형 911의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해 불과 8개월만에 개발을 마치고 르망24시에 참가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 포르쉐 911 GT1의 96년 르망24 승리를 기념하는 포스터
엔진은 차체의 후방이 아닌 중앙에 탑재되어 911 GT1은 미드십 스포츠카의 형태를 갖게 되었다. 911 GT1에는 수평대향 수랭식 3리터 DOHC 트윈터보 6기통이 탑재되었는데, FIA의 규정에 맞추기 위해 흡기제한장치를 달았음에도 최대 600마력의 출력을 내며, 911 GT1은 0-100km/h 도달에 3.5초, 최고속도는 320km/h를 낼 수 있었다.
▼ 97년 르망24시에 참가한 911 GT1 evo.
911 GT1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개선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911 GT1은 1996년 르망24시에 첫 출전하여 GT1클래스 1, 2위에 올라 종합성적 2, 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1997년에는 공기역학적 특성을 개선하고 서스펜션을 업그레이드 한 911 GT1 evo를 선보인다. 그리고 1998년에는 섀시와 보디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911 GT1의 최종 완성 형태를 내놓으며, 포르쉐 워크스 팀이 르망24시에 직접 출전하여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린다.
▼ 98년 르망24시 우승을 차지한 911 GT1.
섀시는 완전히 새로 설계되었고, 보디 디자인 또한 크게 바뀌었다.
이렇게 완성된 911 GT1은 1996년 르망24시에 첫 출전하여 GT1클래스 1, 2위에 올라 종합성적 2, 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1997년에는 공기역학적 특성을 개선하고 서스펜션을 업그레이드 한 911 GT1 evo를 선보인다. 그리고 1998년에는 섀시와 보디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911 GT1의 최종 완성 형태를 내놓으며, 포르쉐 워크스 팀이 르망24시에 직접 출전하여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린다.
2014년, 17번째 승리에 도전하다
지난 7월, 포르쉐는 르망24시 내구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인 LMP1 클래스로의 복귀 선언을 했다. 2014년부터 르망24시에 참가, 17번째의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포르쉐는 2013년 르망24시의 최상위 클래스인 LMP1 레이스카를 2013년 데뷔시킬 예정이며, 2014년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르망에서의 라이벌 또한 만만치 않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레이스카를 투입하며 독보적인 실력으로 르망24시를 휩쓸고 있는 아우디와의 접전, 치열하게 아우디를 뒤쫓는 토요타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포르쉐와 아우디는 같은 폭스바겐 AG의 계열사. 한 가족이지만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포르쉐 LMP1 레이스카의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레이스카라는 것은 사실상 확실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배터리와 운동에너지 복구 시스템, 구동 방식을 비롯한 많은 부분이 아직 제대로 된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포르쉐 LMP1 레이스카는 2013년 WEC(세계 내구레이스 선수권)에서 레이스 데뷔 후 2014년 르망24시에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의 르망24시 출전은 단순히 슈퍼카 메이커가 유명 대회에 참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이 이 시대의 자동차에 적용 가능한 최고의 기술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포르쉐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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